"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이라는 표현, 검색하다 보면 정말 자주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근로기준법 조문을 펼쳐보면 퇴직금 계산식이 안 보여서 당황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퇴직금의 구체적인 지급 기준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있습니다. 다만 두 법이 완전히 분리된 것도 아니라서,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는지부터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실무에서 헷갈리지 않는 지름길입니다.
퇴직금, 정확히는 어느 법에 있나
근로기준법 §34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8근로기준법 제34조는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 제도에 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대로 따른다"고 못박아 두었습니다. 즉 근로기준법은 퇴직금 문제를 통째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임한 셈입니다. 실제 지급 기준인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이라는 규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있습니다.
다만 평균임금이라는 개념 자체는 근로기준법 제2조에 정의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근로기준법 퇴직금"이라고 부르는 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두 법이 손을 맞잡고 퇴직금 제도를 완성하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느 법인지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실제 요건과 금액이니,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받을 수 있는 사람 — 두 가지 요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4①퇴직금을 받으려면 다음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합니다.
-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 끊기지 않고 1년을 채워야 합니다. 계약직이 매년 갱신되어 온 경우라면 최초 입사일부터 마지막 계약 종료일까지를 합산해서 판단합니다.
-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이상: 단시간 근로자라도 이 기준을 넘기면 퇴직금 대상입니다. 반대로 15시간 미만이면 1년 넘게 일했더라도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2013년 1월 1일부터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퇴직급여보장법은 처음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5년 법 시행 당시에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되어 있었고, 2010년 12월 1일부터 4인 이하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영세사업주 부담을 고려해 2012년까지는 5인 이상 사업장의 50%만 지급하면 됐고, 2013년 1월 1일부터 비로소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적용 제외 대상은 동거 친족만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사용인뿐입니다.
퇴직금 계산식과 평균임금
근로기준법 §2①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8①퇴직금 계산은 평균임금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시작됩니다. 평균임금은 산정사유 발생일(통상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임금에는 기본급뿐 아니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상여금의 분할분까지 포함됩니다.
계산식
· 평균임금(1일) = 사유발생일 이전 3개월간 임금총액 ÷ 그 3개월의 총일수
· 퇴직금 = 평균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
한 가지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이렇게 계산한 평균임금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봅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즉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게 나오는 일이 생기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한 규정입니다.
계산 사례 — 월 고정급 300만 원, 재직기간 2년(730일)
· 최근 3개월 임금총액(예시 91일 기준): 3,000,000 × 3 = 9,000,000원
· 평균임금(1일): 9,000,000 ÷ 91 ≈ 98,901원
· 퇴직금: 98,901 × 30 × (730 ÷ 365) = 98,901 × 30 × 2 ≈ 5,934,060원
※ 실제 3개월 총일수는 퇴직월에 따라 89~92일로 달라지며, 상여금·연차수당이 있으면 평균임금에 추가 산입됩니다. 정확한 산정은 고용노동부 퇴직금 계산기 또는 임금체불 계산기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휴직기간 처리입니다.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이 평균임금 산정기간(최근 3개월)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기간과 그 기간에 지급된 임금은 산정에서 제외합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2①). 휴직 직후 곧바로 퇴직하면서 평균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지급기한 14일, 넘기면 형사처벌 대상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9사용자는 퇴직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월급날 맞춰서 정리하겠다"는 식의 일방적 지연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회사 도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 합의로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14일을 넘기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미루고 싶은 경우가 많지만,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14일이 지났는데도 지급이 없다면 고용노동부 진정 또는 임금체불 절차를 함께 검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지정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야 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9②). 다만 근로자가 55세 이후 퇴직해 급여를 받는 경우 등 일부 예외 사유에서는 계좌 이전 없이 직접 지급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