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에 이런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습기간 3개월은 퇴직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한다." 사무장 일을 하다 보면 이 조항을 내세워 퇴직금을 줄이려는 사업주를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조항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넘어간다는 겁니다.
수습기간,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되는 이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4①퇴직금이 발생하려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소정근로시간 주 평균 15시간 이상. 여기서 핵심은 '계속근로기간'의 기산점입니다.
수습기간은 근로계약 체결 후 정식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입니다. 임금이 낮거나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근로계약 자체는 이미 성립돼 있습니다. 수습 중에도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출퇴근 의무가 있고, 임금을 지급받습니다. 법적으로는 완전한 근로관계가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계속근로기간은 수습 첫날부터 기산됩니다. 수습 3개월이 끝나고 정식으로 전환된 시점이 아닙니다. 이후 9개월을 더 근무하면 총 계속근로기간은 12개월, 퇴직금 요건을 충족합니다.
수습 3개월 + 정식 근무 8개월 = 계속근로 11개월 → 퇴직금 발생 X
"수습기간 제외" 계약 조항은 왜 무효인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4① · §8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강행법규입니다. 이 법이 정한 기준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도, 그 부분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습니다. "수습기간 제외" 조항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특약이므로,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입니다.
사업주가 주로 쓰는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계약서에 동의하고 서명했잖아요"와 "관행적으로 그렇게 하는 곳이 많아요". 둘 다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강행법규는 당사자 간 합의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넣으면 이 조항은 거의 예외 없이 무효 처리됩니다. 근로감독관 입장에서는 교과서 수준의 기본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알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습 중 낮은 임금이 퇴직금 계산에 미치는 영향
근로기준법 §2①6호 · 최저임금법 §5①수습기간에는 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저임금법은 수습 첫 3개월 이내에 한해, 1년 이상 기간제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면(단순노무직 제외) 최저임금의 90%까지 감액 지급을 허용합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절차입니다.
문제는 퇴직금 계산 시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퇴직 전 3개월 총임금 ÷ 3개월 총일수'로 산정된다는 점입니다. 수습 직후 퇴직한 경우, 퇴직 전 3개월이 전부 수습기간에 해당해 낮은 임금이 그대로 평균임금에 반영됩니다.
정식 전환 후 250만 원 받을 예정이었으나 수습 종료와 동시에 퇴직
→ 평균임금 180만 원 기준으로 퇴직금 산정 (1년 미만이면 퇴직금 자체 없음)
퇴직 전 3개월 임금 = 250만 원 × 3 = 750만 원
→ 수습기간 낮은 임금은 평균임금에 전혀 반영 안 됨
추가로, 근로기준법 제2조는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은 경우 통상임금을 퇴직금 계산 기준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합니다. 수습 중 임금이 낮아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작아지는 경우라면 이 보호 조항이 작동합니다.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면 두 가지를 모두 산출해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습기간 해고와 퇴직금 — 구별해야 할 두 가지 문제
근로기준법 §35①수습 중 해고와 퇴직금 발생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둘을 섞어서 이해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해고 자체에 대해서는: 수습기간 3개월 이내라면 해고예고(30일 전 통보 또는 30일분 임금 지급) 의무가 면제됩니다(근기법 §35①1호). 즉 사업주는 예고 없이 즉시 수습 해지를 통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해고 절차의 문제이지, 퇴직금과는 별도입니다.
퇴직금 발생 여부는 순전히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지, 소정근로시간이 주 평균 15시간 이상인지만 따집니다. 수습 중에 해고됐다는 사실 자체는 퇴직금 요건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수습 2개월 차에 해고 → 계속근로 2개월 → 1년 미만 → 퇴직금 없음 (해고 때문이 아니라 기간이 짧아서)
- 수습 1년 후 해고(수습이 긴 전문직 등) → 계속근로 1년 이상 → 퇴직금 발생 O
- 수습 3개월 + 정식 9개월 후 해고 → 계속근로 12개월 → 퇴직금 발생 O
현실적으로 통상적인 수습기간(1~3개월)에 해고되면 1년 미만이라 퇴직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수습 중 해고당해서 퇴직금을 못 받는다"는 말은 엄밀히 틀린 표현입니다. 계속근로기간이 짧아서 없는 것이지, 해고가 원인은 아닙니다.
수습기간 퇴직금 관련 오해 3가지 — 실무 정리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오해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 오해 1: "수습기간은 퇴직금 계산 기간에서 빠진다" → 틀렸습니다. 수습 첫날부터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됩니다. 계약서 조항도 무효입니다.
- 오해 2: "수습 때 임금이 낮아서 퇴직금이 줄어든다" →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수습 직후 퇴직하면 영향이 있지만, 이후 정식 급여로 장기 근무했다면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 오해 3: "수습 중 해고당하면 퇴직금을 포기해야 한다" → 틀렸습니다.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수습 해고여도 퇴직금이 발생합니다. 1년 미만 해고라면 기간 때문에 없는 것입니다.
수습기간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관찰하는 기간이지, 근로자의 권리를 유예하는 기간이 아닙니다. 수습 중에도 근로자 신분은 완전하게 유지됩니다.